챕터 32

난 방금 모델이 뭐라고 했는지 기억도 안 난다. 여기 파리에서 계약을 체결한다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. 공식적으로. 화려하게. 언론에 보도될 만하게.

난 예스라고 말해야 한다. 큰일이다. 숫자도 맞고, 예상도 정확하다. 그러나 내 안에 무언가가 거부감을 느낀다. 예스라고 말하면 뭔가를, 누군가를 배신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.

계약 초안을 내려다본다. 페이지가 흐릿하게 보인다.

에밀리만 보인다.

엘리베이터에서 나를 찡그리던 그녀.

모델 이야기를 꺼냈을 때 나를 노려보던 그녀.

신경 쓰지 않는 척할 때 입술이 떨리던 그녀.

내 배에 손.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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